시고모님의 영정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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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되신 저희 큰어머니께서 겪으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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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머니께서 막 시집을 오시기 전 시댁, 그러니까 저희 친가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던 날이었다고 합니다.



정신없이 시댁 어른들 및 일가친지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마친 뒤 뒷정리를 거들고 잠시 숨돌릴 여유를 찾을 때

할머니께서 큰어머니를 따로 부르셨답니다.



할머니는 앞으로 시집에서 겪어야 할 일과 당부사항, 그리고 뭐 한 가족이 됐으니 지켜야할 유의점 등 다소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전하시며, 마지막으로 집안 사정 중 하나였던 고모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답니다.



어렸을 때 큰아버지를 유독 예뻐하셨다던 그 분은 젊은 나이에 급사하셔 영정사진만 한 장 남겨놓고 가신 분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리고 새 사람을 맞았으니 영장사진이라도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라며 기어코 장농 깊숙히 넣어두었던 영정사진을 꺼내 큰어머니께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



순간 큰어머니께서는 소스라치게 놀라시며 자신도 모르게 영장사진을 집어던지셨다고 합니다.



말씀을 하시면서 본인도 그때 그 어려운 자리와 상황속에서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분명한건 돌아가신 시고모님의 영정사진이 섬뜩할 정도로 무서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그 모습은 죽은 사람의 영장사진이라기 보다는 바로 옆에 살아있는 사람 같았고

무엇보다 보통 영정사진이라고 하면 여유롭고 인자한 표정으로 찍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나이에 급사하셔서 그랬는지

아주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큰어머니의 설명을 빌려 옮겨보자면



하얀 소복에 단정하게 쪽진 머리지만 창백한 낯빛에 초점은 없지만 분명 매섭게 노려보는 그런 사진이었죠...

뭐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하고 그것이 영정사진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사진이었겠지만,

처음 그 사진을 보는 입장에서는 마치 죽음에 대한 냉소와 한스러움이 서려 있는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답니다.



어쨌든 상황이 그렇게 되자 당연히 할머니께서는 불같이 화를 내셨고



울고 있는 큰어머니 곁에 큰아버지께서 다가와 자초지종을 듣고 어른들 앞에서 주의를 주는척 하면서

뒷뜰로 나가 몰래 큰어머니를 안아드리고 달래주셨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공포는 큰어머니께서 완전히 시댁생활을 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식을 올린 두 분은 시댁에 들어와 사시게 됐는데,



큰어머니께서는 희한하게 집 대문만 넘으면 마치 누군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고 온 몸에 한기가 도셨답니다.



마치 대문을 경계로 전혀 다른 세상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그저 그런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양은 대야에 빨래를 받거나 큰아버지 씻을 물을 받으실 때면

마치 뒤에서 누가 등을 떠밀듯이 앞으로 넘어지는 경우가 많으셨고 심지어 세수를 하려고 자세를 잡으면 뒤에서 꽹과리, 종 소리와 함께 앙칼진 여자의 웃음소리가 온 집안을 쩌렁쩌렁 하게 울리며 큰어머니를 괴롭혔다고 합니다.



결국 큰어머니께서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셨고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앓아누운 며느리를 향한 시댁어르신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용한 점쟁이를 찾아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하자,



누구나 예상했듯 돌아가신 시고모님의 원혼이 첫 인사를 그르친 큰어머니를 괴롭힌다며 굿을해서 원혼을 달래거나

큰어머니와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할머니와 달리 무속신앙에 부정적이셨던 할아버지의 반대로 굿은 커녕 다시는 점집을 드나들지 말라는 엄포만 떨어졌고 결국 날이갈수록 말라가고 힘들어하는 며느리를 보다 못하셧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두 분을 분가시키셨다고 합니다.



그 당시 기준으로 집안의 장손 내외 그것도 결혼직후 분가시키는 일은 극히 드물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결국 큰아버지 내외는 집안에서 분가를 하셨고 정말 희한하게도 분가 후 큰어머니의 병세가 눈에 띄게 회복되셔서

결국 건강하던 시절로 돌아오시게 됩니다.



하지만 무서운건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문에 본가에 들어가면 여지없이 몸이 아프시거나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리셨다는 군요...



세월이 많이 흘렀고 큰어머니를 포함한 당시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집안의 금기처럼 고모할머니의 영정사진은 집안의 새 가족이나 외부인들에게는 보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태어나서 지금껏 이 이야기만 들었지 한 번도 그 사진을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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